유식코너/한국의 시와 시조

원과 한의 연가

오월의장미 장미 2008. 2. 24. 14:33

 

 

 

 

 

 

 

 

 

 

 

 

님을 믿을 건가 못믿을 손 님이시라
미더운 시절도 못 믿을 줄 알았으라
믿기야 어렵건마는 아니 믿고 어이리
- 이정귀(李廷龜) -

알았으라 : 알았도다

 

이몸이 죽어져서 접동새 넋이 되어
이화 핀 가지 속잎에 싸였다가
밤중만 살아서 우리님의 귀에 들리리라

접동새 : 소쩍새

 

내 가슴 헤친 피로 님의 양자 그려내어
고당소벽에 걸어 두고 보고 지고
뉘라서 이별을 삼겨 사람죽게 하는고
- 신흠(申欽) -

헤친 : 파헤친
高堂素壁고당소벽 : 높은집 깨끗한 벽
삼겨 : 생기게 하여

 

님이 헤오시매 나는 전혀 믿었더니
날 사랑하던 정을 뉘에게 옮기신고
처음에 �시던 것이면 이대도록 설으랴
- 송시열(宋時烈)-

헤오시매 : 사랑하시오매
�시던 : 미워하시던

 

금로에 향진하고 루성이 잔하도록
어디 가 있어 뉘 사랑 바치다가
월영이 상란간 캐야 맥받으러 왔나니
- 김상용(金尙容)-

金爐 : 금으로 만든 향로
香盡하고 : 향이 다 타고
漏聲이 殘하도록 : 물시계 물이 다하도록
月影이 上蘭干 : 달빛이 난간에 올라 옴
캐야 : 하게 되어서야
맥 받으러 : 남의 속 마음을 헤아려 보다

 

금로에 향내 걷히고 루성이 흐르는데
차가와라 솔솔 부는 바람
사람을 들삭이는 잠을 잃은 봄밤의 꽃 그림자
달빛타고 오르네
아! 아! 난간으로......!
- 송나라 학자 왕안석 -

 

청춘에 곱던 양자 님으로야 다 늙거라
이제 님이 보면 날인 줄 알으실까
아무나 내 형용 그려다가 님의 손대 드리고자
- 강백년(姜栢年) -

님의 손대 : 님에게

 

어제 검던 머리 설마 오늘 다 셀소냐
경이쇠용이 이 어인 늙으리오
님께서 뉜다 하셔든 내 긔로라 하리라

鏡裏衰容경이쇠용 : 거울속에 비친 쇠한 얼굴
뉜다 : 누군가

 

쓴 나물 데은 물이 고기도곤 맛이 있어
초옥 좁은 줄이 그 더욱 내 분이라
다만당 님 그린 탓으로 시름겨워 하노라

쓴 나물 데은 물이 고기도곤 맛이 있어 : 옛날의 榮華로움
다만당 님 : 임금을 가리킴

 

간밤에 우던 여흘 슬피 울어 지내여다
이제야 생각하니 님이 울어 보내도다
저물이 거슬러 흐르고자 나도 울어 예리라
- 원호(元昊) -

 

이몸이 쓸데없어 세상이 버리오매
서호 옛집을 다시 쓸고 누웠으니
일신이 한가할지나 님 못뵈워 하노라
- 西湖主人 李摠 -

西湖 : 중국의 절승지로 시인 묵객들에 널리 膾炙됨,
여기서는 경기의 楊花渡(양화도)를 서호로 가상한 것이다

이총의 字는 百源, 연산군 4년 양화도에 귀양 갔다가 賜死당했다

 

오냐 말아니따나 싫거니 아니말랴
하늘아래 너뿐이면 아마 내야 하려니와
하늘이 다 삼켰으니 날 괼 인들 없으랴
- 문 향 (文香) -

말아니따나 : 말라고 하거나 따나
내야 하려니와 : 나다 하겠지만
삼켰으니 : 태어나게 하였으니
괼 인들 : 사랑할 사람인들

 

내 양자 남만 못한 줄 나도 잠깐 알았건만
연지도 버려 있고 분때도 아니 미네
이렇고 괴실까 뜻은 전혀 아니 먹노라
- 정 철 (鄭澈) -

괴실까 뜻은 : 사랑할까 하는 생각은

 

바람불어 쓰러진 나무 비온다고 싹이 나며
님그려 든 병이 약먹다 하릴소냐
저 님아 널로 든 병이니 네 고칠까 하노라

하릴소냐 : 나을소냐 "하리다"는 "낫다"의 고어

 

보거든 슬뮈거나 못보거든 잊히거나
제 나지 말거나 내 저를 모르거나
차라리 내 먼저 죽어서 그리게 하리라
- 고 경 명 -

슬뮈거나 : 싫어하고 미워 하거나

 

옛적에 이러하면 이 형용이 나았을까
수심이 실이 되어 굽이굽이 맺혀 있어
아무리 풀려하되 끝간데를 몰라라

 

한숨아 세한숨아 네 어느 틈으로 들어 오냐
고무래장지 세살장지 가로다지 여다지에
암돌쩌귀 수돌쩌귀 배목걸새 뚝닥박고
용거북 자물쇠로 수기수기 채었는데
병풍이라 덜컥 접은 족자라 대대글 만다
네 어느틈으로 들어오냐
어인지 너 온날 밤이면 잠못들어 하노라

고무래장지 : 위로 열고 막대기로 받치는 들창
배목 : 걸쇠를 거는 못

 

창내고자 창을 내고자 이내 가슴에 창을 내고자
고모자이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쩌귀 수돌쩌귀
뵈목 걸쇠 크나큰 장도리로 내 가슴에 창 내고자
이따금 하 답답할제면 여닫어 볼까 하노라

 

대천 바다 한 가운데 중침 세침 빠지거다
여남은 사공놈이 끝 무딘 사엇대를 끝마다 둘러 메어
일시에 소리치고 귀 꿰어 내달말이 있오이다
님아 님아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 하소서

中針細針 : 바늘

 

천한코 설심한 날에 님찾으러 천상으로 갈제
신 벗어 손에 쥐고 버선 벗어 품에 품고
곰뷔님뷔 님뷔곰뷔 천방지방 지방천방
한번도 쉬지 말고 허위허위 올라가니
버선 벗은 발은 아니 쓰리되
념의 온 가슴이 산득산득하여라

天寒, 雪深,
념의 온 가슴 : 옷깃을 여민 가슴

 

저 건너 흰옷입은 사람 잔밉고도 얄미워라
작은 돌다리 건너 큰 돌다리 넘어
밥뛰어 간다 가로 뛰어 가는고
애고 애고 내 서방 삼고라자
진실로 내 서방 못될진대 벗의 님이나 되고라자

밥뛰어 : 바삐 뛰어

 

만경창파지수에 둥둥 떳는 부락금이 게오리들아
비슬 금성 증경이 동당 강성 너시 두루미들아
너 떳는 물 깊이를 알고 둥 떳느냐
우리도 남의 님 걸어두고 깊이를 몰라 하노라

증경이 : 원앙새

 

양덕 맹산 철산 가산 나린 물이
부벽루로 감돌아 흐르고
마흐라기 공이소 두미 월계 나린 물은
제천정으로 돌아 든다
님그려 우는 눈물은 벼갯모으로 돌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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