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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처세학

오월의장미 장미 2008. 2. 24. 14:30
LONG

넓게 하자 하니 모난 데 가일세라
두렷 하자 하니 남의 손대 둘릴세라
외 두렷 내 번듯하면 긔 둘릴줄 이시랴

넓게 하자 하니 : 넓게 살자 하니
모난데 가일세라 : 갓이로구나
外內 두렷 : 안팍으로 둥글게
둘릴세라 : 이용 당하다, 속임을 당하다
번듯 : 바르고 분명한 것

 

형산에 박옥 얻어 세상사람 뵈러 가니
겉이 돌이어니 속 알 이 뉘 이시랴
두어라 알인들 없으랴 돌인듯이 있거라
- 주 의 식 -

璞玉 : 다듬지 않은 옥
알인들 : 알 사람

 

닫는 말도 오왕하면 서고 섯는 소도 타 하면 간다
심의산 모진 범도 경세하면 돌아 서나니
각시네 어떤이완데 경세를 불청하나니

誤往오왕 : 말이나 소를 몰때 멈추라고 하는 소리
深意山
타 : 가라고 하는 소리
경세 : 깨우치고 타이름
不聽

세상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 보는고야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허물을 고치고자
- 인평대군 -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말 하는 것이
말로서 말이 많으니 말 모름이 조해라



ARTICLE

패자의 처세학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 태 종 -

만수산 : 개성 서문 밖에 있는 고려 7릉이 있는 곳

 

이러니 저러니 말고 술만 먹고 노새그려
먹다가 취커든 먹은 채 잠을 들어
취하고 잠든 덧이나 시름 잊자 하노라

 

들은 말 즉시 잊고 본 일도 못 본듯이
내 인사 이러함에 남의 시비 모를로라
다만지 손이 성하니 잔잡기만 하노라
- 송 인 -



 

이러니 저러니 하고 세속 기별 전치마라
남의 시비는 나의 알바 아니로다
와준에 술이 익어시면 긔 좋은가 하노라

瓦樽 : 질그릇으로 만든 술통

남이 해할지라도 나는 아니 겨루리라
참으면 덕이요 겨루면 같으리니
굽음이 제게 있거니 갈을 줄이 이시랴

굽음이 : 잘 못됨이
갈을 줄 : 상대할 줄, 대적할 줄

 

지족이면 불욕이요 지지면 불태라 하니
공성명수하면 마는 것이 긔 옳으니
어즈버 환해 제군자는 모두 조심 하시소
- 김 천 택 -

知足이면 不辱이요: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욕됨이 없음
知止면 不殆라 하니: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롭지 아니 함
功成名遂
宦海 諸君子 : 파란 많은 官界의 모든 벼슬아치

 

하늘이 높다하고 발 저겨 서지 말며
따이 두텁다고 마이 밟지 말을 것이
하늘 따 높고 두터워도 내 조심을 하리라
- 朱 義 植 -

 

풍파에 일니던 배 어드러로 갔단 말고
구름 머흘거든 처음에 날줄 어찌
허술한 배 두신 분네는 모다 조심 하소서
- 정 철 -

일니던 : 흔들리던
머흘거든 : 험악하거든
날줄 어찌 : 어찌 나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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