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 수익률은 지난해보다 10% 낮게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자산 30억원 이상의 VIP만 상대하는 유명 PB, 1만 명의 고정 팬클럽을 보유한 부동산 전문가, 그리고 국내 유명 투자연구소의 핵심 브레인이다. 이들은 새해 재테크 동향에 대해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먼저”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수익률이 50%를 넘어가는 펀드는 그야말로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상품인데, 지난해 국내 주식 시장과 중국 펀드 수익률 호조로 고수익 상품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모두들 ‘대박’만 꿈꾸게 됐다는 것.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 코너를 통해 유명 인사가 된 삼성증권 정복기 상무는, “올해는 펀드 수익률이 조정기를 거칠 수 있으니 목표 수익률을 지난해보다 10% 정도 낮춰 잡아야 한다”고 권했다. 기대치를 낮추라는 조언에는 부동산 전문가도 입을 맞춘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 팀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불만이 정권 교체의 원인 중 하나였으니 새 정부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도록 좌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올 시즌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활기를 띠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은 신규 투자보다 보유 자산에 주력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향후 부동산 시장이 활발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일단 우세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시장이 탄력 받을 가능성은 높지만 그래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종합토지부가세가 완화되고 각종 세율이 낮아지면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나겠지만, 최소한 하반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재개발과 소형 아파트 시세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했고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섣부른 신규 투자는 피해야 한다. 강북 뉴타운이나 신규 분양이 한창인 신도시 인근 새 아파트, 고급 주상 아파트가 들어설 뚝섬과 한남 뉴타운 계획이 발표된 용산 등은 꾸준히 주목받는 지역이지만 이곳도 어중간한 금액으로 신규 투자를 계획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빚테크는 그만, 대출 원금부터 줄이자
최근 은행권에서는 정기예금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한편으로는 대출 금리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확률이 높다는 것. 최근 몇 년 새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부분 펀드와 CMA로 몰리면서 시중 은행이 자금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2%의 이자를 더 받기 위해 급여 통장을 바꾼 월급쟁이들이 결국 더 비싼 이자를 물게 됐다는 얘기다.
만일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 대출금을 끼고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금 중 일부를 원금 상환하는 데 쓰고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도 돈 굴리는 노하우다. 올해의 금리 추세는 IMF 고금리 시절과 2~3년 전 저금리 시대의 딱 중간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만일 투자를 위한 신규 대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주식은 대형 우량주
올해도 주식 시장은 구관이 명관이다. 물론 무조건 규모가 큰 회사라고 ‘묻지 마 기대’를 가지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대형 우량주가 왜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궁금하다면 국내 주가 상승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자. 경제가 어렵다는 아우성 속에서도 지난 한 해 주가가 60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은 전적으로 주식형 펀드의 힘이다.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 운용사에서는 주식을 많이 사들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추세가 주가 상승을 이끈 것.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들은 실적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량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종목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벌어진다. 미래에셋투자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는 지난해 저점 형성 후 상반기에는 점차 향상 여력이 있고, 현대차 등 자동차 주는 미국 시장 판매 호조로 완만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하며 대형 우량주 위주의 안정적인 투자를 권했다.
자산 60%는 안전 운용,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 ‘직투’도 고려
전문가들은 투자금의 절반 이상은 안정적인 상품에 배치하라고 권했다. 특히 1월 중순 현재 중국과 인도 펀드 등 해외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 조언은 더욱 힘을 받았다. 해외 시장 불안정과 은행권의 금리 인상에 적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많아졌다. 하지만 굳이 은행 예금만 안정적인 투자는 아니다. 국공채 채권이나 MMF에도 관심을 기울여 볼 만하다. MMF는 투자신탁회사가 고객의 자금을 모아 금리가 높은 1년 미만의 기업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소액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나머지 절반 중 일부는 직접 투자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 주식 시장의 꾸준한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 자산 분배 측면에서도 괜찮은 선택이다. 삼성증권 정복기 상무는 “주식은 펀드보다 자금 유동성이 뛰어나므로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일부 관심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0% 내외의 직접 투자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