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도라가 예세닌을 통해 본 것은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금발의 아들 패트릭이었다. 이사도라의 예세닌에 대한 사랑은 어머니와도 같은 한없는 이해와 염려, 헌신의 모습을 띤다. 작은 키에 가냘픈 체구, 눈부신 금발, 마치 1월의 딸기처럼 보이는 예세닌과 춤을 추기엔 너무나 살이 쪄버린 깊고 슬픈 눈빛의 이사도라는 무려 열여덟 살 차이가 났다. 그녀는 유럽 여행을 위한 세관 신고 때문에 예세닌과 혼인 신고를 하게 되었는데, 50세 가까운 나이를 38세로 속였다. 그들의 15개월에 걸친 신혼여행은 악몽 그 자체였다. 예세닌은 술에 취하면 이사도라를 더러운 늙은 암캐라고 불렀고, 뛰쳐나갈 때까지 폭행했으며, 호텔 기물이 산산조각 날 정도로 파괴했다. 그는 신경쇠약, 알코올 중독, 간질에 시달렸고 광적으로 돈, 반지, 시계, 술, 신발, 모자, 실크 셔츠, 손수건, 스카프에 탐닉했다. 이사도라가 각 도시의 박물관이나 콘서트에 데려갈 때마다 예세닌은 모든 양복점 앞에 멈춰 서서 맘에 드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바로 사버리곤 했는데, 이사도라는 푸른색 정장에 심홍색 넥타이, 흰색 부츠를 신은 예세닌을 옆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금발의 천사가 바로 제 남편이랍니다” 평생에 걸쳐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추한 것을 추방해야 한다고 했던 그녀에게 예세닌과의 삶은 추함 그 자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