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권혁재] 설산 뒤쪽이 샹그리라로 불리는 중톈이다.몇 해 전 중국은 옛 티베트 땅인 중톈의 행정명칭을 ‘샹그리라’로 바꿨다. 샹그리라. 늙음과 병듦, 그리고 죽음이 없다는 신비의 낙원이다. 대체 이곳이 어떤 땅이기에 그런 찬란한 이름을 붙였을까. 물론 거기에는 티베트의 독립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포석이 깔려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 이름 넉 자는 살 떨리는 매력이다.
‘낙원’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고 도도했다. 비행기로 간 쓰촨성의 청두가 출발점이다. 여기서 윈난성의 리장까지 5000여 리 길을 지프로 돌고 돌아간다. 중국에서 가장 험한 길이다. 아직 국내에 소개된 여행상품도 없을 뿐 아니라 지면으로 소개된 적도 없다.
길은 들머리부터 허공에서 몸을 비튼다. 바로 차마고도(茶馬古道)다. 아득한 옛날 티베트의 말이 오고, 한족의 차가 설산을 넘어갔던 그 길. 차(茶)는 그들에게 사치가 아닌 생명수였다. 추운 산록에 살며 야크와 유제품을 주식으로 하는 티베트인에게 차는 식물성 비타민을 얻기 위한 절대 품목이었다. 그들의 생사를 넘나든 교역은 실크로드보다 기원이 앞선단다.
라마만이 오를 수 있었던 해발 4000, 5000m의 고지에는 신들의 자취가 역력했다. 수백 개의 산을 넘었다. 하루를 꼬박 달려도 인간이 만든 것이라곤 길뿐이었다. 길은 하늘에 닿았고 풍광은 위대했다. 티베트인들의 영산(靈山)인 매리설산은 좀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고산증세는 내내 이방인을 괴롭혔다. 그 길을 여드레 동안 내달렸다.
샹그리라는 신의 땅에서 신의 말씀을 좇고 살아가는 장족의 순박한 얼굴들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