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는 잘 끼우셨습니다. 장기투자의 발판이 마련된 거죠
지난달 가입한 펀드들이 정성기 매니저를 만났을 당시(지난 12월 6일) 5% 정도 쏠쏠한 수익률을 내고 있었습니다. 원고를 쓰고 있는 12월 14일 현재, 코스피지수 하락으로 몇 개의 펀드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꾸준히 5%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죠. ‘`투자`’라는 게 이런 건가 싶습니다. 이제, 수익률 때문에 가슴 졸이지 않으렵니다.
하락장을 맞이하는 개미투자자의 자세 2007년 12월 6일 현재, 가입한 일곱 개 펀드의 수익률은 크게는 5%, 작게는 2.5%를 기록하고 있다. 월급통장에서 빠져나간 돈들이 각기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은 일단 기분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내내 뿌듯하지는 않았다. 지난 11월 20일경, 코스피 1800선이 무너졌다. 수익률도 동반 하락했다. 계좌를 만든 지 2주가 채 안 됐을 때다. 일곱 개 펀드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이었다. 이미 내 손을 떠난 돈들이 줄줄 새고 있었다. 불안했다. ‘잘나간다’는 중국펀드도 역시 마이너스였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마찬가지였다. 조바심과 불안은 투자 액수의 많고 적음과는 관계없는 심리상태다. 정성기 매니저의 홈페이지와 ‘지식인’에는 문의가 빗발쳤다. 대부분은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펀드를 환매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고민스럽죠. 만약 1억을 투자했다면 보름 새 1천5백만원을 잃은 꼴이니까요. 누굴 탓할 수도 없고(웃음). 하지만 그럴 때 자기중심을 잡지 못하고 시장에 휩쓸리면 결국 ‘손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지상정이다. 돈 잃고 박수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주가가 계속 ‘빠지고’ 있을 때 견디지 못하고 환매를 결심한다면, 그건 손실을 굳히는 꼴이다. 개미투자자가 믿어야 할 것은 시장이 아니다. 투자를 결심한 펀드, 혹은 주식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확신이다. ‘장기투자’는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투자의 원칙이다. “투자를 결심하셨다면, 그 종목의 가치에 대한 판단이 서야 합니다. 인터넷으로든, 상담을 통해서든 종목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섰을 때 투자를 실행하셨겠죠? 그렇게 믿고 시작하셨다면 일희일비해서는 안 됩니다.” ‘삼성전자’의 주식이 우량주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우량주도 하락장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럴 때는 하락장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좋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분석은 전문가가, 보도는 언론이 한다. 투자자는 약간의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 “‘서브프라임’ 같은 회사 외적인 문제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고, LCD나 휴대전화 제품에 대한 결함 혹은 영업이익의 악화 때문에 하락하는 경우도 있죠. 전자의 경우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가치가 60이라고 했을 때, 외부 충격 때문에 40까지 하락했다면 오히려 기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주식을 살 겁니다. 자연스럽게 다시 오르겠죠.” 그러나 기업 자체의 문제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빨리 다른 종목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기업의 가치는 ‘시장’이 결정한다. 코스피 1800선이 무너졌던 지난 11월 20일경, 시장 전체에 ‘조정’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래도 결국 주가는 그 기업, 혹은 나라가 가지는 ‘본질적 가치’로 돌아오게 돼 있다는 것이 정성기 매니저의 조언이다. “그걸 잘하는 사람이 워렌 버핏이죠. 버핏은 지난 서브프라임 사태 때 많은 주식을 사 모았다고 해요. 특히 사태의 주인공이었던 부실 대출 관련 금융기관 주식을 많이 샀다고 하죠. 기회라고 본 겁니다. 가치를 인정한 거죠. 저평가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버핏의 전략이고, 펀드리서치회사, 증권회사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춤추는 언론과 중국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인터넷 검색창에 ‘종합주가지수’를 쳐보기 시작했다. 전에는 관심도 없었다. 코스피 1500선이 무너진다고 해도 아무 상관없었다. 지금은 뉴욕 증시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홍콩 증시 상황도 가끔 둘러본다. 수익률과는 별개로, 쏠쏠한 재미가 있다. 백지 위에 글씨, 글과 사진으로 굴러가는 세상 속에 묻혀 지내다 ‘돈’으로 굴러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난 거다. 문장을 읽듯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흥미로웠다. 이건 ‘투자’를 결심하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다. 각종 경제신문이 쏟아내는 기사도 마냥 믿지 않게 됐다.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면 그만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6일에는 ‘되살아난 중국펀드’라는 제목과 ‘중국 증시 버블의 끝자락, 매수 열기 주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동시에 실렸다. 기사가 정확한 진단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증거다. “저는 경제신문이나 경제뉴스를 보지 않습니다. 구독도 안 해요. 모든 실물경제는 주가에 반영되니까요. 그리고 세세한 종목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직접투자를 하지 않거든요.” 정성기 매니저는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선선히 공개했다. 액수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지만 종목은 비슷했다. 내가 투자하고 있는 모든 상품에 정성기 매니저도 투자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말 시중 자금이 펀드로 몰렸죠. 중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은행에 가서 막무가내로 ‘중국펀드 주세요’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웃음).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중국펀드에 ‘몰빵’으로 제안한 적이 없습니다. 중국은 20~30% 정도 비중으로 추천하죠.” 중국펀드는 일종의 신드롬이다. 지난 10월 말, 중국으로 자금이 몰릴 때, 우연처럼 중국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조정이 시작됐다. 한국도 2차 조정이 시작됐다. 그즈음 주변에는 적금을 깬 돈으로 중국에 ‘몰빵’한 사람도 있었다. 투자를 하자마자 맞은 조정국면은 투자자로 하여금 심리적 아노미(Anomie:사회적 규범의 동요, 이완, 붕괴에 의해 일어나는 혼돈상태)를 경험하게 했다. “그래서 국내펀드와 해외펀드의 비중은 5:5 혹은 4:6으로 추천합니다. 해외에 투자하는 5나 6 중에서 중국 펀드의 비율은 30% 정도가 적당하죠. 급락장일 때도 중국펀드를 추천했어요. 골이 깊으면 산도 높죠. 조정이 끝나면 주가는 오르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종목 하나로 대박을 바라는 환상은 버려야 해요.” 펀드는, 목돈을 한 곳에 집중해서 단기간에 환매수익을 노리기보다 ‘분산투자’로 고른 수익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 지난 12월 14일, 코스피지수 1895.05로 마감한 현재 나의 수익률은 중국펀드가 -3.03%, 국내펀드 -0.43%, 남미펀드는 5.31%다.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는 6.7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세한 액수를 따져보지 않아도, 한두 개 펀드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난다고 해서 마음 졸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중국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신흥시장입니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빠질 수는 있어도 그 성장세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세계 경제의 흐름은 유럽- 미국- 아시아 순이었죠. 향후 몇 세기는 아시아가 주도합니다. 한두 달 급락장 때문에 ‘버블’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예요. 기회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3개월 정도가 됐을 때 수익률이 10% 정도라면 여유 있게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우리처럼 많이 해본 사람은 마이너스 수익률의 공포감에서 헤어나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초보투자자가 -10%를 참기는 힘들죠. 그래서 제가 우려했던 것은 정우성씨가 투자를 실행했는데 수익률이 -10% 이상 나서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거였죠(웃음). 앞으로도 기회가 많은데, 당장의 마이너스 수익률보다는 그 기회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더 큰 손실입니다.” 무슨 말씀을, 이 투자는 ‘독립자금 5천만원’을 마련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1 ‘조정’이 뭐죠? 2 2008년은 어떻게 예측하세요? 3 개인이 적절한 투자시기를 결정하기는 아무래도 어렵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